지식의 단계에 관한 스피노자의 견해

  • 스피노자의 체계에서 인식론은 로크의 체계처럼 중요한 역할을 하지는 않지만 수많은 미묘한 특성을 드러낸다. 초기 저술인 <<지성개선론>>에서 스피노자는 지식 또는 지각을 네 단계로 분류한다. 그 단계는 소문에 의한 지식, 엄밀하지 않은 경험으로부터의 지식, 다른 사물의 본질로부터 추론된, 어떤 사물의 본질에 대한 지식이지만 그리 적절하지 않은 종류의 지식,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물의 본질에 의해서 인식되는 지식으로 이루어진다. 네 번째 종류의 지식이 사물을 적절하고 오류가 없이 파악하도록 이끄는 유일한 지식이다. 비록 스피노자가 이런 형태의 지식을 모두 지각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순수한 감각적 지각 자체는 지식의 종류 중 하나로 포함되지 않는다.
  • 후기 저술인 <<에티카>>에서 스피노자는 소문에 의한 지식을 제외한 세 종류로 지식을 분류한다. 이 세 종류의 지식은 이른바 상상적 지식, 이성적 지식 그리고 직관적 지식이다.
  • 데카르트나 로크와 마찬가지로 스피노자는 지식을 우리 정신 안의 관념과 관련해서 설명하며, 또한 이들과 마찬가지로 ‘관념’이라는 용어 안에 개념과 명제를 모두 포함시킨다. 그는 이런 종류의 개념과 명제를 서로 분리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 스피노자가 ‘X의 관념’이라고 말할 때 자주 일종의 모호함이 발견된다. X의 관념은 X가 지니는 관념인가 아니면 그 내용이 X인 관념인가? 스피노자가 신의 관념이 신의 본질과 이로부터 필연적으로 도출되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고 말할 때 그는 분명히 신이 소유한 관념에 관하여 말하고 있다. 하지만 모든 경우에 이처럼 명확하지는 않다.
  • 스피노자의 주장에 따르면 만일 우리가 무언가를 인식한다면 우리는 우리가 그것을 인식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며, 우리가 그것을 인식한다는 사실을 인식한다는 사실도 인식한다. 그는 철학자들이 지식을 단순한 믿음과 구별해 주는 확실성을 갖는 기준을 찾으려 하는 것이 잘못된 철학적 목표라고 말한다. 우리가 인식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식해야만 한다. 참된 관념을 지닌 사람은 이 자체만으로 자신이 참된 관념을 지녔다는 사실 또한 인식하며, 관념이 참임을 의심할 수 없다. ‘우리의 인식은 오직 실제로 대상에 대응하는 관념을 지닌다는 사실로부터 생긴다. 바꾸어 말하면 진리에는 그 자체의 기준이 있다’라고 철학자들의 확신에 대한 물음에 답하는 것이다.
  • 지식의 서로 다른 단계는 서로 다른 속성을 지니는 관념들에 대응한다. 어떤 관념이 적합하지 않으면서도 참일 수 있고, 또한 명석, 판명하지 않으면서도 적합할 수 있다. 스피노자는 일반 관념의 근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설명한다. “인용”
  • 모든 사람들은 사물의 속성을 적합하게 반영하는, 연장성과 운동의 관념과 같은 관념들을 공통적으로 지닌다. 스피노자는 적합한 관념을 ‘대상과의 관련이 없이 오직 그 자체만으로 고려하는 한에서 참된 관념의 모든 속성 또는 본질적 특징을 지니는 관념’이라고 정의한다. 이 적합한 관념들은 서로 논리적으로 연결되어 필연적 진리의 체계를 형성하는데, 이것이 바로 이성적 지식이며 두 번째 종류의 지식을 형성한다. 이로써 두 번째와 세 번째 종류의 지식은 모두 참되고 적합한 관념을 우리에게 제공한다.
  • 세 번째 종류인 직관적 지식은 가장 높은 수준의 지식이라는 점은 명백하지만 이것의 본성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이성이 단계적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은 분명한 반면 직관은 사물의 보편적 특징과 그것이 세계 전체의 인과적 질서에서 차지하는 위치까지 단번에 파악한다. ‘이런 종류의 지식은 신의 어떤 속성이 지닌 형식적 본질에 대한 적합한 관념으로부터 사물의 본질에 관한 적합한 지식으로 나아간다’.
  • 스피노자의 인식론이 답해야 할 마지막 질문이 하나 남아 있다. 그는 그 어떤 관념의 내용에도 그것이 참이라는 점 이외에 다른 어떤 적극적인 요소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어떤 관념이 거짓이 될 수 있는 어떤 적극적인 요소도 그 관념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오류는 도대체 어떻게 발생하는가? 이에 대하여 스피노자는 의지와 지성을 서로 구별하지 않기 때문에 데카르트와 같은 방식의 설명을 제시하지 못한다. 그는 오류란 전혀 적극적인 것이 아니며, 반드시 존재해야 할 어떤 관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대답한다. 판단의 유보와 관련하여 스피노자는 그것이 가능하기는 하나 의지의 어떤 자유로운 작용에 의해서도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자신이 꿈꾸고 있다는 꿈을 꿀 경우 심지어 꿈에서조차도 판단을 유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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