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혼란과 통치권에 관한 홉스의 견해

1. 사회적 혼란과 통치권에 관한 홉스의 견해

1-1.수아레스와 그로티우스는 여러 나라들이 서로 합의한 도덕적 체계 안에서 조화롭게 공존하는 자연적 질서를 유지하려면 때로는 전쟁도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17세기를 대표하는 정치철학자인 홉스는 정치의 본질에 대하여 이와는 정면으로 반대되는 견해를 드러낸다. 그에 따르면 자유로운 개인들이 모인 자연 상태에서는 오직 전쟁이 계속 이어질 뿐이며, 도덕철학자의 임무는 정부에 복종함으로써 평화로운 삶을 유지하려는 개인들 사이의 합의를 정당화하는 것이다. 홉스의 대표적 저술 《리바이어던》은 바로 이 문제를 다룬다,

홉스는 인류의 자연 상태를 매우 비관적인 모습으로 묘사한다. 본성상 인간은 정신적, 육체적 능력이 대체로 평등하지만 목적을 성취하려는 희망도 대체로 평등하기 때문에 서로 적이 된다고 보았다. 각 개인은 경쟁하는 상대방을 불신하며 공격당하기 전에 먼저 공격한다. 개인은 동료들로부터 칭찬받기를 원하면서 그들이 자신을 경멸한다는 것을 알게 되면 원한을 품는다. ‘인간은 본성 안에서 우리를 서로 다투게 만드는 주요 원인 세 가지가 발견되는데 첫째는 경쟁, 둘째는 불신, 셋째는 공명심이다’

사람들을 위압하는 공통 권력이 없는 한 그리고 그런 권력이 형성되기 이전까지 사람들은 재화와 권력, 명예를 둘러싼 끊임없는 다툼과 통제할 수 없는 경쟁에 휘말린다. 이는 모든 사람이 모든 사람에 대하여 벌이는 전쟁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지구 표면에 관한 지식, 시간의 측정, 예술이나 학문이 전혀 성립될 수 없으며 사회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가장 나쁜 것은 끊임없는 공포와 생사의 갈림길에서 인간의 삶이 고독하고, 가난하고, 험악하고, 잔인하고, 짧다는 점이다.”

어떤 독자들은 이런 묘사가 너무 비관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전 세계가 이런 상황은 아닐지라도 당시의 아메리카는 바로 이런 전쟁 상태에 놓여있었다. 홉스는 다음과 같은 경우를 생각해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여행할 때 무장을 하고 여러 사람이 함께 가는 편을 선호한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는 반드시 문단속을 한다. 집에 있을 때조차도 금고문을 단단히 잠가둔다. 우리 사회에 엄연히 법률이 있으며 치안을 담당하는 공무원들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이렇게 한다.’

1-2. 홉스는 자연의 전쟁 상태를 묘사하면서 인간이 어떤 사악한 본성 때문에 이런 상태에 빠지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자연 상태에서는 옳고 그름 또는 정의와 불의 개념이 설 자리가 없다. ‘공통의 권력이 없는 곳에서는 법이 성립할 수 없다. 법이 없는 곳에서는 불의가 존재하지 않는다. 폭력과 기만은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두 가지 기본적인 덕이다.’ 마찬가지로 자연상태에서는 재산이나 소유권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에 누구든지 무언가를 얻고 지킬 수 있는 한 그것을 자신의 소유로 여긴다.’

철학자들은 습관적으로 자연법(lex naturalis)와 자연권(ius naturalis)을 함께 언급한다. 하지만 홉스는 권과 권리를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권리란 무언가를 행하거나 행하지 않을 자유며 법이란 무언가를 반드시 하거나 하지 말라는 명령이라고 말한다. 엄밀한 자연상태에서는 법도 권리도 존재하지 않으나 ‘자연법’은 존재한다. 이는 합리적인 자기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우너리, 즉 생존의 기회를 최대화하려는 처방이다. 각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원하는 자연적 필연성이 존재하는 한 각 개인은 모든 능력을 다하여 자신의 생명과 신체를 보존할 자연권을 지닌다.

인간들이 이런 권리를 유지하는 한 어느 누구도 자연 상태에서의 삶을 안전하게 영위할 수 없다. 따라서 합리적으로 자기 이익을 추구하려는 인간은 자연권이 부여한 무제한의 자유 중 일부를 포기하고 결국 다른 사람들과 같은 수준의 자유를 누리는 양보를 받아들인다. 이를 통해 자연법이 등장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은 자기방어 권리를 제외한 자신의 모든 권리를 중아 권력에게 양도하며 중앙 권력은 처벌이라는 제재를 통하여 자연법의 준수를 강제할 수 있게 된다,

1-3. 다른 여러 자연법들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은 자신이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제 삼의 자연법이다. 홉스는 약속(convert)를 특별한 형태의 계약(contract)으로 여기는데 계약이란 상호이익을 고려하여 자신의 권리를 다른 사람에게 양도하는 것이다. 홉스는 제 삼의 자연법이 없다면 ‘약속은 헛되고 공허한 말에 그칠 것이다. 모든 것에 대한 모든 사람의 권리는 그대로 유지될 것이며 따라서 우리는 여전히 전쟁 상태에 머물 것’이라고 말한다. 또한 정의와 불의의 개념이 성립하는 기초를 제공하는 것 또한 이 자연법이다. 왜냐하면 불의란 약속을 이행하지 않는 것이며, 불의에 해당하지 않는 모든 것은 정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연 상태에서처럼 약속의 당사자들이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면 약속은 구속력을 지니지 못한다. ‘따라서 정의의 개념에 앞서 불의의 개념이 먼저 확립되어야하며, 약속을 어김으로써 얻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익보다 훨씬 더 큰 처벌의 공포를 강조하여 모든 사람들이 다함께 약속을 이행하도록 만드는 어떤 강제적 권력이 존재해야한다.’국가가 확립도기 이전에는 이런 권력은 존재하지 않으며 ‘권력의 칼이 없다면 약속은 공허한 말에 지나지 않으며, 사람들의 안전을 보장할 힘을 전혀 갖지 못한다.’

공통의 권력을 형성하는 유일한 방법은 사람들이 ‘자신의 모든 권력과 힘을 한 사람 또는 하나의 합의체에 양도하는 것인데, 이를 통하여 모든 사람들의 의지와 다양한 목소리를 하나의 의지로 환원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중앙의 권력은 다수의 사람들 전체를 대표해 국가라고 불리는 하나의 인격으로 통합된다. ‘이리하여 저 위대한 리바이어던이 탄생한다. 아니 좀 더 경건하게 말하자면 영원불멸하는 신의 가호 아래 인간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는 지상의 신이 탄생하는 것이다.’

1-4. 하지만 홉스의 이런 설명에는 일종의 악순환이 포함되는 듯하다. 그는 약속을 강제하는 통치자가 없다면 어떤 약속도 구속력을 지닐 수 없다고 말하고 구속력을 지니는 계약을 통하여 권력을 양도받지 않는 한 어떤 통치자도 존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이 두 주장은 계약과 통치자가 동시에 등장하지 않으면 해결되기 어렵다.

홉스는 자신이 왕정주의자라는 점을 일부러 숨기려 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정치이론에서 통치자가 한 개인인지 아니면 집합체인지는 의도적으로 분명히 밝히지 않은 채 남겨둔다. 그는 통치 체제가 군주정이든 귀족정, 민주정이든 통치권은 절대적이어야한다고 주장한다.

홉스에 따르면 통치자는 모든 법률과 재산권의 근원이다. 그는 국가를 방어하는데 어떤 수단이 필요한지를 결정하며, 다른 나라와 전쟁을 할지 아니면 평화를 유지할지를 결정하는 것도 그의 고유권한이다. 공직자, 공무원 임명, 처벌뿐만 아니라 통치자는 종교 문제에서도 최고의 권위를 지니는데 어떤 책을 성서로 받아들일지, 해석할지 결정하는 것은 성직자나 장로가 아닌 통치자라고 주장한다.

1-5. 그렇다면 홉스가 생각한 통치자 아래에서 국민에게는 어떤 자유가 있는가? 자유란 단지 법에 저촉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한다. 국민은 통치자가 법을 통하여 규제하지 않은 것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 하지만 국민에게 통치자에게 명령에 따르지 않을 자유가 있는가?이에 대하여 홉스는 ‘결코 없다’고 대답하리라고 예상하지만 실제로 그는 국민들이 통치자에게 불복종할 자유를 상당히 인정한다.

“만일 통치자가 어떤 사람에게 (설령 그가 정당하게 유죄 판결을 받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기 자신을 죽이거나, 손상하거나, 불구로 만들라는 명령을 내린다면, 또는 자신에게 폭행을 가하는 사람들에게 저항하지 말라거나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음식이나 공기, 약품 또는 그 외의 어떤 것이라도 사용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린다면 그 사람은 이런 명령에 따르지 않을 자유를 지닌다. ‘

국민은 자신의 유죄를 자백하고 강요당할 수 없으며, 통치자의 명령을 받더라도 군인으로 전쟁에 나가 싸우지 않아도 된다. 홉스는 남성도 여성과 같이 겁이 많다는 이유로 참전을 거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도망치는 게 비겁할지는 몰라도 부당한 행위는 아니다. 참전이 의무로 부과되는 때는 위급한 상황뿐이다. 마지막으로 ‘통치자에 대한 국민의 의무는 통치자의 권력이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한에서만 유지되며, 더 이상 지속되지 않는 것으로 이해되어야한다.’ 따라서 만일 통치자가 국민을 보호한다는 자신의 주요 임무를 수행하지 못할 경우에는 통치자에 대한 의무 또한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1-6. 《리바이어던》에 등장하는 국가에 관한 이론은 무척 독창적이며 강력한 지적 체계를 드러내며 그것이 지닌 구조는 홉스 당시부터 오늘날에 이르기 까지 여러 정치철학자의 저술에 크게 반영되었다. 그의 체계는 비록 절대적인 통치권을 강조하지만 전체주의적인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국가는 오직 국민들을 위해서 존재하며 그 반대는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홉스는 통치자의 정당성을 신의 권위에 조금도 호소하지 않고, 더욱이 인간 본성의 궁극적 원인이라는 신의 역할에도 전혀 의존하지 않고 오직 국민들 사이의 계약으로부터 직접 이끌어 낸 최초의 철학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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