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에 관한 데카르트의 견해

BY 전수민

우리 정신의 내용은 사고들이다. 데카르트는 ‘사고’라는 용어를 매우 폭넓은 의미로 사용한다. 그는 지적인 성찰 뿐 아니라 의지, 지성, 상상력, 감각능력의 모든 작용을 비롯한 의식의 대상들을 사고에 포함시킨다. 감각능력과 상상력의 대상이 외부에 현존하지 않더라도 데카르트에 따르면 감각과 상상이라고 부르며 이들이 오직 사고의 양태인 한에서 확실히 우리의 안에 존재한다.

데카르트에게 이해된 감각은 오직 사고 작용뿐인데 육체가 없어도 가능한 이런 명백한 감각은 이후 철학자들이 ‘감각적 자료들’이라고 불렀다. 데카르트 체계의 유지 여부는 이 개념에 일관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지 없는지에 결정된다.

‘제삼성찰’에서 데카르트는 사고의 여러 유형 중 하나를 추려 이를 ‘관념’이라고 부른다. 데카르트의 관념은 단어에 대응하는 정신적 요소로 말할 수 있다. 그는 어떤 단어가 의미하는 바에 대한 관념이 내 안에 있다는 점을 확신하지 못한 채 그 말을 이해하려 한다면 아무것도 단어로 표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데카르트는 관념을 본유관념, 외부에서 획득한 관념, 내가 만들어낸 관념으로 분류한다. 본유관념에는 사물, 진리 그리고 사고의 관념을 둔다. 외부에서 획득한 관념은 주로 우리가 감각적으로 획득한 관념들을 말하고 우리가 상상과 같은 관념을 내가 만들어낸 관념이다. 그러나 데카르트는 자신의 정신 안에 형성된 이런 관념들의 근원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했고 ‘획득’ 관념들이 외부의 대상으로부터 생겨난 것인지 전혀 확신하지 못한다.

하지만 신의 관념은 데카르트의 정신 외부에서 생겨난 듯이 보이는 관념이다. 신의관념과 결합된 완전성은 다른 어떤 것에 비해서 우월하기 때문에 신의 관념은 결코 자신이 만들어 낸 허구일 수 없다. 그런데 어떤 관념의 원인은 반드시 그 관념 자체보다 더욱 실재적이어야 한다. 따라서 데카르트는 세계 안에 오직 그 자신만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신의 관념에 대응하는 신이 실재하다는 결론을 이끌어 낸다. 신은 데카르트가 자신의 정신 외부에 존재한다고 인정하는 최초의 실재로 데카르트의 인식론체계가 구성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신은 결함이 없기에 우리를 속이지 않고, 이 원리는 데카트르를 회의주의의 미로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실마리역할을 한다.

신이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는 점을 인식했으므로 우리가 명석, 판명하게 지각하는 모든 것은 참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따라서 우리 자신의 존재에 대한 직접적인 직관과 같은 순각적인 직관뿐 아니라 경험과 무관한 학문 전체를 확신 할 수 있게 된다.

데카르트는 ‘제육성찰’에 이르러야 물질적 사물들이 존재하며 자신이 육체를 지닌다는 점을 나름대로 만족스럽게 확립한다. 그러면서 지성과 상상력에 차이에 주의를 기울일 것을 요구하는데 상상력은 지성에 추가되는 여분의 능력이며 지성만이 정신의 본질적 능력이라고 여긴다. ‘지성은 작용할 때 정신을 자기 자신에게 향하여 자신 안에 포함된 어떤 관념을 고찰하는데 비해 정신은 물체로 향하여 자신이 이해한 관념과 유사한 물체 안에서 바라본다.’(AT VII.73 ; CSMK II.50)

현대의 철학자들은 데카르트가 정당화해야 하는 평범한 과학적 진리보다 신의 존재를 훨씬 더 의문스러운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데카르트의 인식론을 전혀 설득력 없는 것으로 여긴다.

만일 신이 우리를 속이지 않는다면 내가 끊임없이 오류에 빠지는 일을 어떻게 설명 할 것인가에 대한 반박에 데카르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우리의 능력을 적절하게 사용하면 결코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는다. 나는 지성이라는 능력을 지니는데 이를 통해서 어떤 명제가 참인지 거짓인지 판단하며 내가 지성이 제공하는 명석, 판명한 지각의 경우에 대해서만 의지의 판단을 적용하면 결코 잘못된 길로 빠지지 않을 것이며, 내가 명석, 판명한 지각에 이르기 전에 성급한 판단을 내릴 경우에만 오류가 발생한다.

또 아르노는 데카르트가 신에게 호소하여 명석, 판명한 지각을 보증하는 과정에 명백한 순환논증이 포함된다며, 신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앞서 우리가 명석 판명하게 지각하는 모든 것은 참이라는 점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반박하였다.

이 반박에 대하여 데카르트는 특수한 명석, 판명한 지각에,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가 명석, 판명하게 지각하는 모든 것은 참이라는 일반 원리 사이의 구별에 의존한다며, 개별적인 지각이 참이라는 점을 확인하는 데는 신의 성실성에 호소하는 일이 필요하지 않다. 또 내가 지금 여기에 무언가로 존재한다는 점이 명석, 판명하게 지각된다는 사실을 회의할 수 없다 할지라도, 신의 존재를 확립하기 이전이라도 내가 명석, 판명하게 지각하는 모든 것은 참이라는 일반명제는 회의할 수 있다. 우리의 정신이 단순한 직관들을 지니는 동안에는 이들을 회의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을 확립하기 위한 어떤 논증도 필요하지 않다. 신의 성실성에 호소하는 일이 필요한 경우는 오직 일반 원리와 관련되는 경우와 개별적인 지각을 간접적인 방식으로 회의하는 경우뿐이므로 데카르트의 주장은 순환 논증에 빠지지 않는다.

One thought on “의식에 관한 데카르트의 견해

  1. 김용성

    데카르트의 악성 순환에 대해서 데카르트가 직접 대답한 내용처럼 기술되어 있지만 .. Van Cleve의 논문에 제시되었던 솔루션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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