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크

  1. 시대적 배경 및 생애

1-1. 홉스는 근대 경험론의 선구자였지만 그의 명성은 그보다 훨씬 탁월한 의사 출신의 철학자 로크(John Locke)의 등장과 더불어 쇠퇴했다. 로크는 기독교도들은 다양한 형태의 신앙적 교리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 내용의 짧은 저술 ≪관용론≫(Essay on Toleration)을 썼다. 로마 가톨릭을 제외한 모든 교파에 대하여 교리상의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가톨릭 음모 사건과 배제 법안으로 인한 위기 무렵에 로크는 ≪정부에 관한 두 논고≫(Two Treatises on Government)를 썼다. 첫 번째 논고에서 그는 왕권신수설을 옹호한 필머(Sir Rovert Filmer)의 저술을 통렬하게 공격했으며, 두 번째 논고에서는 홉스가 제시한 것보다는 훨씬 낙관적인 상태로 자연 상태를 설명하고 정부와 국가는 개인의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 계약에 의해서 형성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만일 어떤 정부가 전횡을 일삼고 정부의 한 부분이 다른 부분의 역할을 침해한다면 그런 정부는 해체되어야하고 혁명은 정당화된다고 주장했다.

 

  1. 사상

2-1. 로크는 네덜란드에 머무르는 동안 자신의 가장 위대한 철학적 저술 ≪인간지성론≫(Essay Concerning Human Understanding, 이하 ≪지성론≫으로 약칭)을 쓰는데 몰두했고 1690년에 이르러서 출판되었다. 로크의 생전에 4판까지 출간되었다. ≪지성론≫은 4권으로 구성된다. 분량이 가장 적은 1권의 제목은 ‘본유 관념에 관하여’이다. 여기서 로크는 이론적이든 실천적이든 간에 어떤 본유적 원리도 우리의 정신 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우리의 모든 관념은 오직 경험으로부터 얻어진다. 기하학과 같은 무관한 학문의 경우조차 우리가 수용하는 관념은 본유적이지 않다. ≪지성론≫의 2권은 모두 33장으로 여기서는 관념이 철저히 탐구된다. 로크는 ‘관념’이라는 용어를 우리의 정신적 능력과 정신이 형성하는 개념을 모두 특징짓는 상당히 포괄적인 의미로 사용한다.

 

2-2. 로크는 관념들을 단순 관념과 복합 관념, 명석 판명한 관념과 모호하고 혼동된 관념, 감각적 관념과 반성적 관념등과 같이 다양한 방식으로 분류한다. 그는 단순 관념을 다루면서 물체에서 드러나는 성질들을 두 범주로 나누는데 제일성질에는 단단함, 운동, 모양 등이 있다. 이들은 ‘우리가 지각하든 지각하지 않든 간에’ 물체에 속하는 성질이다. 제이성질로는 색을 들 수 있는데 이는 ‘대상 자체에는 전혀 없는 것으로서 단지 대상의 제일성질을 통하여 우리 안의 다양한 감각을 생성하는 능력에 지나지 않는다.’ 반성적 관념들 중 지각적 관념은 우리의 정신에 관념을 형성하는 최초의 과정이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이다. 지각은 순전히 수동적인 경험이며, 지각이 무엇인지는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봄으로써 누구나 알 수 있다. 따라서 지각이라는 수동적 경험은 로크 철학 전체를 떠받치는 기초의 역할을 한다.

 

2-3. ≪지성론≫의 2권에는 정신과 의지에 대한 경험주의 철학이 제시되지만 이 외에도 시간과 공간, 수에 관한 고찰, 인간의 정념의 목록 등 많은 내용이 등장한다. 또한 인과 관계를 비롯한 다른 관계들도 다루어지며 이후에 큰 영향을 미친 개인의 동일성이 무엇인지에 관한 정교한 논의도 전개된다. 로크는 우리가 단순 관념들을 다른 도움 없이 스스로 충분히 인식할 수 있고, 만일 그렇게 하지 못한다면 어떤 단어도 그렇게 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고 믿으면서도 관념을 표현하는 단어들을 통해서 자신들이 말하는 관념을 실제로 확인하려고 하지는 않는다. 그는 ‘우리가 지닌 추상적 관념들과 보편적인 단어들 사이에는 서로 확고한 관련이 있으므로 우선 언어의 본성과 용법 그리고 의미를 검토하지 않고서는 모두 명제로 구성되는 우리의 지식을 명석, 판명하게 말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2-4. 뒤이어 그는 이 주제를 3권에서 다루는데 가장 유명한 부분은 추상 관념과 실체 이론을 논의하는 절들이다. 로크는 우리의 정신이 자연적 대상들 사이에서 유사성을 관찰한 후 이것을 추상적인 보편 관념으로 분류하고 여기에 보편적인 이름을 붙인다고 말한다. 이런 보편 관념들은 주목할 만한 성질을 지닌다. 예를 들어 삼각형의 보편 관념은 ‘기울지도 않았고 직각도 아니며 또한 등변, 등각, 부등변도 아니어야 한다. 그것은 이런 성질들을 모두 지녀야 하며 동시에 이들 중 어떤 것도 지녀서는 안 된다.’ 이 세계의 실체들은 다양한 성질과 능력을 지니며 우리는 이를 활용하여 서로 다른 종류의 사물들을 정의한다. 하지만 우리가 내리는 정의는 사물들의 진정한 본질을 드러내지 못하며 단지 ‘명목상의 본질을’ 언급할 뿐이다. 실체 일반에 대하여 우리가 지닐 수 있는 유일한 관념은 ‘그것이 어떤 고유한 속성들을 지니는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언가’라는 관념뿐이다.

 

2-5. ≪지성론≫ 전반에 걸쳐 인식론적인 고찰이 이루어지는데 특히 4권에서 지식이라는 주제가 전면에 부각된다. 우리는 사물들의 진정한 본질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자연 세계의 존재들에 관한 진정한 학문을 구성할 수 없다. 단지 그럴 듯한 믿음만을 지니는데 우리 자신의 현존과 신의 현존에 관해서는 진정한 지식에 이를 수 있다. 현실적인 감각의 한계 안에만 머무른다면 다른 사물들의 현존에 관한 지식 역시 얻을 수 있다. 진리를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증거보다 더 큰 확실성을 주장하는 어떤 명제도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영국에서 ‘명예혁명’(Glorious Revolutin)이 일어나 권리장전(Bill of Rights)을 기초로 한 새로운 법체계가 마련되었고 로크는 영국으로 돌아와 이전에 위험한 내용 때문에 출판하지 못한 저술 ≪정부에 관한 두 논고≫, ≪지성론≫의 초판, ≪관용에 관한 편지≫의 영어 번역 출판했고 이후에도 저술을 계속하였다. 시빗거리가 될 만한 저술들은 대부분 익명으로 출판했는데 유일하게 이름을 밝혀 출판한 것이 ≪지성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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