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칼

1. 시대적 배경과 생애

1-1. 홉스와 로크는 자신들을 데카르트의 반대하는 사람으로 여겼으나 실패한 인물들이었다. 그 후 데카르트의 비판자로 자처한 인물 중 가장 뛰어난 철학자가 있는데 바로 파스칼(Blaise Pascal)이다. 파스칼은 1632년에 오베르뉴(Auvergne)의 왕실 공무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유년기 때부터 수학과 자연학에 뛰어난 재능을 드러낸다.

2.사상

2-1. 그러나 그는 1654년부터 수학과 자연학이 아닌, 신학을 주된 관심 대상으로 삼는다. 그는 포르루아얄 수녀원에서 활동한 금욕주의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는데, 이 금욕주의자들은 당시 ‘얀센주의자들(Jansenists)’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이들은 네덜란드 출신의 주교 얀센(Jansen)을 추종했는데, 얀센은 아우구스티누스에 관한 유명한 저술을 발표하며 비관주의적‧엄숙주의적인 형태의 가톨릭을 옹호했다. 얀센주의는 인간의 본성이 타락했다는 것을 강조하며 오직 소수만이 구원의 희망을 품을 수 있다 주장했다. 그는 인간은 죄를 피할 수 없는 것이고, 은총을 저항할 수 없기에 인간의 자유 의지는 설자리가 없다고 주장했다.

 2-2. 1653년 교황 인노켄티우스 10세(Innocent X)는 얀센주의자의 가르침을 정죄했지만 그들은 이에 저항했는데, 이는 파스칼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타락한 인간의 본성이 지닌 능력을 낮게 평가한 이들의 주장에 따라 파스칼은 인간의 철학적 능력, 특히 신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을 회의했다. 그는 ‘철학의 진정한 길은 철학하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는 것’이라 하고, 데카르트를 ‘쓸모없고 불확실한 인물’이라고 평했다(P, 445, 671).

2-3. 파스칼은 죽으면서 일련의 단상들을 모은 원고를 남겼는데, 이는 『팡세(Pensees)』라는 제목으로 1670년 출간된다. 그는 경구의 대가이고 그의 많은 문구는 자주 인용된다. 가장 인상적인 대목은 이러하다.

“인간은 자연에서 가장 나약한 갈대에 지나지 않다. 하지만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이다. … 하지만 설령 우주가 그를 파괴한다 해도 그는 여전히 그 존재보다 고귀하다. 왜냐하면 그는 자신이 죽어간다는 사실과 우주가 자신을 능가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그의 많은 언급들은 기독교에 대한 호교론의 일부를 형성하고 신앙이 없고 세속에 물든 신자들을 개혁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그의 계획은 실현되지 못했는데, 그가 어떤 형태의 개혁을 원했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들이 분분하다. 파스칼의 단편들에는 두 가지 주제가 반복해서 등장하는데, 그것은 신이 없는 인간의 비참함과 종교적 삶이 보장하는 행복이다.

2-4. 인간의 본성은 모순 덩어리로, 진리라는 이상을 추구하지만 실제로는 오직 거짓에만 머문다. 진리의 보고인 동시에 오류의 소굴인 인간은 알 수 없는 그 무엇이다. 파스칼은 인간을 “절반은 상승하고 절반은 추락하도록 창조된 존재, 진리의 유일한 판단자이지만 끝없는 오류에 내던져진 존재. 세계의 영광, 웃음거리, 수수께끼인 인간이여!”라고도 말한다(PⅡ,13). 이 수수께끼를 풀 열쇠는 인간의 타락에 관한 기독교 교리에서 발견된다. 인간이 타락하지 않았다면 인간은 죄가 없는 상태로 진리와 행복을 누렸을 것이다. 인간이 오직 타락하기만 했더라면 인간은 진리와 행복이라는 개념 자체를 지닐 수 없었을 것이다.

2-5. 이성이 타락의 관념에 대항하려 해도 이성 또한 이 관념이 진리라는 점을 확립할 뿐인데, 그 출발점은 인간의 비참함이다. 철학적 저술에서 파스칼은 오직 신앙과 은총만이 우리를 구원의 길로 이끌어 줄 것이라 주장하지만 이성에 적대적이지는 않다. 그는 마음에는 이성이 전혀 알지 못하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고 말하는데, 그가 사용하는 단어인 ‘마음(heart)’의 의미를 살펴보면, 그는 감정을 이성 위에 놓으려 한 것이 아니라 직관적인 추론과 연역적인 추론을 대비하려 했음을 알 수 있다 – 즉, 어떤 수식을 ‘암기해서(by heart)’ 익히라고 말할 때와 같은 의미로 사용했다. 이런 사실은 우리에게 기하학의 기초를 가르쳐 주는 것이 ‘마음’임이 명백히 드러난다. 즉, 파스칼은 데카르트의 이성주의와 전혀 대립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Leave a Reply